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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인 10년차 좌충우돌 생존기
    My life 2023. 2. 2. 08:05

    사진출처: Unspalsh의 Brett Jordan

    Intro

    본인은 현재 중소병원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현재 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지난 나의 과거를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하면 남들에게 내세우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주위에 마음 터 놓고 이야기할 사람들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좌충우돌 직장인 생존기나 회고록 정도로 봐주셨으면 한다.

     

    1-1. 내 첫 사회생활의 시작

    처음 내가 일했던 곳은 모 여행사이다. 이제 10년 전일이 되었다. 20대 후반 취업한 나는 영업직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연차가 쌓이면서 순환근무제를 실시하는 회사 방침에 따라 다양한 직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 맡은 업무는 대리점 영업직이다. 내게 맡겨진 여행사 대리점들은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대리점들(반대로 이야기하면 실적 비중이 적은), 그리고 실적이 나오는 대리점들 중 우호적인 대리점을 적절히 믹스하여 배치해 준 것 같다. 신입 직원의 업무 적응력과 역량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동선이나 업무 시간 배분은 전적으로 나의 자율이었고 자유의 대가는 목표 실적, 결과였다. 

     

    목표 실적이란 여행사 상품으로 들어오는 예약인원(패키지, 에어텔, 인센티브)의 숫자를 말한다. 인센티브란 단체 견적여행을 말하는데, 영업부의 주요 실적이 된다. 동호회, 회사단체 등 일정 인원이 되면 해당 팀만 단독으로 맞춤형 일정을 짤 수 있고, 규모의 경제에 의해 여행경비도 맞출 수 있다. 잘 협의하면 선택관광이나 선물 바구니와 같은 옵션도 서비스로 제공받을 수 있다. 영업사원에게는 이 인센티브 견적을 잘 따내는 것이 숙명이다. 온라인채널 비중이 높아지던 시기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채널인 대리점 영업은 인센티브 단체들을 통해 목표 실적을 채워나가는 것이 중요했다. 

    사진출처: Unsplash의 Razvan Chisu

    처음 인센티브 단체를 성사시켰던 경험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인센티브 단체들은 숫자(Buying power)로 영업사원에게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압박하고, 본사 상품 담당자들은 상품 수익을 지키기 위해 방어를 한다. 영업사원은 이 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당시 영업사원의 재량권은 대리점이 상품을 판매했을 때 얻는 수수료(커미션)의 설정 권한이었다. 회사 시스템이 촘촘해지면서 그 권한도 차츰 축소되었지만… 대리점과 고객, 영업사원과 상품 담당자 간 치열한 공방전 끝에 팀이 메이드 되고 여행 출발 전까지는 언제나 있었던 인원의 변경, 취소 등 변동사항들에 대응해야 했다. 그리고 현지투어 중에는 발생한 컴플레인들을 해결해야 했다. 이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 1팀에 대한 영업사원의 임무가 완수되는 것이었다. 신입 시절 나는 기껏해야 한 달에 1팀, 전무할 때도 있었지만, 선배 영업사원들은 하루에도 몇 팀씩 나갈 때도 많았고 주말이나 연휴가 끝나고 돌아오는 출근날은 현지투어 중 발생하는 문제나 컴플레인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2. 영업사원의 또 다른 숙명, 미수 관리

    성격이 다소 내성적이었던 나는 외근보다는 내근을 선호했다. 그래서인지 외근 나가는 비중이 줄어들었고, 실적이 나오지 않아 의기소침해졌다. 그리고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대리점에서 어느날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대리점 사장이 고객에게 계약금을 받고 잠적한 것이다. 영업사원의 두 번째 숙명은 미수금 발생을 막는 것이다. 실적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에서 가장 금기되는 것이 미수금이다. 여행상품가 전액이 대리점으로부터 입금이 되지 않는 최악의 경우는 인천국제공항으로 영업팀이 출동하여 해당 팀 출국을 막았다는 선배들의 입담을 들은 적도 있다. 물론 좋지 않은 꼴을 당한 것은 당연지사.

     

    이는 고객-대리점-여행사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에서 대리점이 대금을 돌리다가 막지 못하고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여행사 본사는 대리점이 아닌 본사로 입금을 받도록 캠페인을 하지만 대리점과 고객 간의 유대관계, 그리고 할인 등의 인센티브 제공 등으로 대리점 입금을 유도한다. 물론 대형 여행사의 간판을 단 대리점들은 일정기간 실적과 평가 검증을 거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지만 간혹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사진출처: Unsplash의 michelile dot com

    내게 문제가 터진 대리점은 우리 회사 간판을 단 대리점이 아닌 타회사 직영 대리점이었다. 다행히 당장 출발해야 하는 팀은 없었지만 향후 출발할 팀들이 몇 팀 있었다. 처음에는 예약한 팀들에게서 계약금이 들어오지 않아 연락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고 타 회사 본사 영업팀으로부터 상황을 알게 되었다. 그날 퇴근하는 나를 붙잡고 지점장님이 저녁을 먹자고 영업 선배 1명과 자리를 마련했다. 그때는 몰랐었는데 노심초사할 수 있는 나를 위한 지점장님의 배려였던 것 같다. 미수 대리점에 대해선 걱정하지 말라고. 

     

    대부분 간판 여행사들의 경우 보증보험을 들어 놓기 때문에 대리점 금전 사고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보상절차까지 시간이 걸리고, 여행에 대한 기대로 한껏 들뜬 고객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밖에 없다. 내 미수 대리점으로 예약 한 고객 중 한 분이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일하면서 틈틈이 모아서 여행 가려고 모은 돈인데 못 받는 거냐며 울음을 터뜨린 고객에게 나는 당황하여 위로의 말 몇 마디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해당 미수 대리점을 담당하는 타회사 영업 담당자를 찾아 연락했다. 내 연락을 받은 영업 담당자분은 우리 회사의 예약건들을 파악해서 알려 달라고 하고 잘 처리하겠다고 믿음을 줬다. 만약 내가 울음을 터뜨린 그 고객에게 잘 처리될 거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베테랑 영업사원이었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어서 아직도 후회가 남는다. 이후 어떻게 됐는지 소식은 못 들었지만  담당 여행사측에서 잘 마무리를 지은 것 같다. 훗날 이야기 들은 건데 해당 미수 대리점건은 영업본부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내가 신입사원인 것을 알고 별도의 징계 없이 종결지었다고 한다. 아무튼 천만다행이다. - contin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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